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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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국내) |
Activision(액티비젼코리아) |
장르 |
액션 |
현지화 여부 |
자막 지원 안함, 음성 영어 |
출시일 | 2007년 6월 |
등급 |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은 대체적으로 쉽고 가볍다. 일부는 영화의 홍보를 위해 출시되었고 일부는 프리퀄(Prequel) 내지 시퀄(Sequel)의 의미를 가지고 출시되었다. 영화의 연장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대개 라이트 유저를 대상으로 제작되는 형편이다. 따라서 쉽고 가볍게 만들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 3>는 동명의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2007년 6월 국내에 출시되었다. 출시 당시 유저들의 평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그리 많지 않은 걸 봐서는 제대로 망한 게 틀림없으리라. 최근에는 덤핑을 넘어 끼워 팔리는 신세가 되었다. 필자도 얼마 전 구입한 <배트맨 아캄시티>에 <슈퍼맨 리턴즈>와 함께 딸려 와서 이 게임을 알게 되었다. 근래 몇몇 게임의 부스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진득하게 앉아 새로운 게임을 할 여유가 없었다. 부스팅과 부스팅 사이에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을 찾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빼 들었다. “도전과제”를 확인해 보니 43개의 오프라인 과제로만 구성되어 있어 더욱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39개 과제 910점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스파이더맨 3"의 국내 영화 포스터 |
많은 단점이 있더라도 훌륭한 장점 하나가 모든 걸 상쇄시켜 버리는 게임들이 있다. 멋진 시나리오가 엉망진창인 게임성을 덮어 버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 하나만으로 기억에 남는 게임도 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3>는 스윙(거미줄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기술) 시스템을 제외하고 내세울게 없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 시나리오도 뻔하다. 전투 시스템은 거미줄을 이용한 기술 외에는 장점이 전혀 없다. 적들이 쓰러질 때는 마치 종이가 바람에 날려 쓰러지는 것 같다. 배트맨 시리즈를 해봤다면 정말 큰 실망감만 안겨 줄 것이다. 단지 5년 전 게임이라고 해서 모든 게 용서될 수는 없다. 시나리오, 전투 시스템 등을 떠나서 사용자들을 위한 배려 부분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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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을 이용한 공격 장면 |
사용자들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빠진 요소들을 보면 먼저 자막 지원 기능이 없다. 물론 자막이 있다고 해서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음성만 지원되는 데 솔직히 이해를 전혀 못하면서 진행했다. 왜 싸워야 하는지 모르니 게임 중반 이후에는 게임 자체가 지루해 졌다. 반복되는 미션과 함께 지루함이 배가 되었다.
미션 진행 중을 제외하고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미션 진행 중에는 가야 하는 곳을 거리와 함께 화면에 점으로 표시해 주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그런데 미션 외에도 수집 과제와 같이 특정 지역으로 가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어 빌딩숲을 뚫고 가고 싶은 곳으로 찾아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스윙을 하면서 이동하다 보면 스윙 조종에 신경을 써야 하며 때때로 건물도 뛰어 넘어 가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가야하는 방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때마다 전체 맵을 열어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하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다. 내비게이션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 하지 않아도 될 수고였다. 사소한 기능일 수 있지만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기능이 있으면서도 적용하지 않은 개발사에 못내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스윙은 이 게임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거미줄에 의지해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건 정말 멋지게 구현해 냈다. 그러나 뉴욕 맨해튼 거리는 각양각색의 빌딩으로 이루어진 빌딩숲이다. 높낮이가 다른 빌딩들 사이에서 스윙을 이용해 특정 건물의 꼭대기에 오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스윙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이동하는 기술이다. 그런 스윙을 이용해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면 원심력을 이용해야 한다. 뒤쪽에서 앞쪽으로 원을 그리며 이동할 때 앞쪽의 최고점에서 다른 거미줄을 쏴 점점 위로 이동해야 한다. 도착 지점이 먼 경우 조금씩 상승해서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도착 지점이 가까울 경우에는 난감하다. 원심력을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목표 건물을 빙글빙글 돌며 조금씩 위로 이동해야 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게 귀찮아 그냥 기어 올라가게 되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하는 미션이 꽤 있는데 이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원래 스파이더맨은 상하 이동도 거미줄로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웬만한 FPS를 통해 빠른 화면 변화에 적응이 된 상태다. 이제 더 이상 빠른 화면 변화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속이 불편해 지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을 통해 오랜만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스파이더맨이 벽에 붙게 되면 화면도 시점에 맞춰 변한다. 이 화면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어지럽고 속이 불편해 진다. 벽에 붙어서 기어가면 화면이 휙휙 변한다. 때문에 스파이더맨의 현재 위치와 진행 방향을 너무나 쉽게 잃어버린다. 시점 변화 없이 화면을 축소하는 방법 등으로 충분히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음에도 왜 이런 방법을 사용했는지 알 수가 없다. 정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이건 직접 겪어봐야 필자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체 게임을 통틀어 최악의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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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을 이용해 이동하는 장면 |
전반적으로 한 게임 안에 너무나 많은 걸 집어넣으려고 애쓴 거 같다. 기본적으로 적들을 때려 눕혀야 하는 액션 게임이다. 몇몇 진행 과정과 보스급 적들과의 전투에는 버튼 액션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 폭탄 해체는 다양한 퍼즐로 구성되어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장소까지 가야 하는 레이스도 있다. 미션 몇 개는 사진까지 찍어야 한다. 그러나 버튼 액션과 폭탄 해체 퍼즐, 레이스 게임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포함되어 있는 요소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단순히 엔딩만 볼 거라면 10시간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할 듯싶다. 만약 도전과제 1000점을 노린다면 50시간 이상도 걸릴 수 있다.
이 게임의 도전과제는 총 43개이다. 미션만 완료하며 엔딩만 볼 생각이라면 대략 17개에서 20개의 도전과제를 완료할 수 있다. 그 외 부가적인 과제들 중 레이스 관련 과제가 5개 인데 이 과제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최악의 과제들이다. 특히 “Gold Medal Winner” 과제 때문인데 48개의 레이스 게임에서 전부 골드 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골드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모든 체크포인트의 위치를 외워야 하고 최단 루트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운도 따라 주어야 한다. 그저 인내심을 갖고 반복하는 외에는 방법이 없다. 도전과제 순위 사이트를 봐도 이 과제를 달성한 사람이 드물다. 다른 과제와 같이 10개만 되더라도 어떻게든 계속 도전해 볼 텐데 48개는 솔직히 너무 많다.
토큰 100개를 수집하는 과제가 6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제들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하는 물론 지상의 거리, 건물 중간, 꼭대기 등 찾아봐야 하는 위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관련 지도를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지도를 참고해도 그 큰 건물의 어디에 위치했는지를 알 수 없어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스파이더맨 3>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게임이다. 장점이라곤 멋지게 구현된 뉴욕시를 거미줄 하나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게 전부이다. 따라서 권하고 싶은 게임은 절대 아니다. 솔직히 재미없다. 현재와 같이 가격이 덤핑된 이유는 이러한 문제들 때문일 것이다. 제값 주고 구입했더라면 정말 큰 후회를 했을 듯싶다. 인터넷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공략조차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도 가지고 있다면 10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엔딩은 보자. 그리고 봉인해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