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며칠 앞둔 2011년 9월 초 드디어 <데드라이징 2(Dead Rising 2)> ‘TERROR IS REALITY(이하 ‘TIR’)’에 관련된 3개의 도전과제를 완료했습니다. 대개 3~4일이면 완료한다고 하는데 전 8일이나 걸렸네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 인지 컴퓨터가 아닌 사람들과의 경쟁은 힘에 부칩니다.
TIR은 <데드라이징 2> 게임 내에 있는 온라인 미니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 9개의 미니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게임을 ‘이벤트’라고 합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무작위로 4개의 ‘이벤트’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 세트를 이룬 4개의 ‘이벤트’를 ‘에피소드’라고 합니다. 또한 과제를 위해서는 4명이 모여서 경쟁을 해야 하는 ‘랭킹 매치’여야 합니다. ‘랭킹 매치’는 방을 만들어 친구를 초대할 수가 없습니다. 무조건 서버에 의해서 선택된 임의의 4명이 모여야만 게임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친구들이 모여 서로 밀어주는 부스팅도 힘듭니다. 각 ‘이벤트’에서 얻은 점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4개의 ‘이벤트’를 완료하면 전체 점수를 합산하여 ‘에피소드’의 우승자가 결정됩니다.
TIR과 관련된 3개의 도전과제는 9개 중 하나의 ‘이벤트’를 우승하면 달성되는 ‘떠오르는 스타’, ‘에피소드’에서 최종 우승을 하면 달성되는 ‘압도적인 승리!’, 9개의 ‘이벤트’를 각각 한 번씩 우승해야 하는 ‘TK의 취향’입니다. 몇몇 ‘이벤트’는 금방 익숙해 져서 ‘떠오르는 스타’의 경우는 하루 만에 완료를 했고 ‘압도적인 승리!’도 이틀 만에 완료를 했습니다. 문제는 ‘TK의 취향’이었는데 2개의 ‘이벤트’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나는 ‘STAND UP ZOMEDY’로 각각의 좀비 몸에 3가지 아이템을 씌우면 점수를 얻는 ‘이벤트’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3가지 아이템을 못 씌우게 서로 방해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의외로 심리전이 됩니다. 2, 3등만 줄곧 하다 5일째 되는 날 우연하게 동점으로 1등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 전의를 불태웠지만 하나 남은 ‘이벤트’는 정말 넘지 못할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MASTER SHAFTER’, 화면에 뜬 버튼 모양을 보고 상대방보다 빨리 눌러야 하는 게임인데 저에게 정말 큰 벽처럼 다가왔습니다. 2, 3등은 고사하고 단 1점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나이 때문인지 손가락이 제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패드를 집어 던지고 싶은 기분이 수시로 들었습니다. 그나마 자주 해보기라도 하면 나을 텐데 3시간 정도 매달리면 고작 4~5번 정도만 할 수 있었습니다.
무작위로 선택된 ‘이벤트’로 구성된 ‘에피소드’지만 실행 패턴이 있어서 ‘MASTER SHAFTER’는 항상 세 번째에 실행됩니다. 나중에는 첫 번째나 두 번째 ‘이벤트’까지만 확인하고 ‘에피소드’를 포기하고 나가버렸습니다(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방장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 와중에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과 자주 만나게 됐습니다. 항상 모든 게임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1위를 휩쓸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과 만나면 게임을 포기하고 도망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재 랭킹 1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실력도 없는 제가 원하는 게임에서 1위를 하려면 최소한 그 사람만큼은 피해야만 했습니다. 나중에는 구글 번역기까지 동원해서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함께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사정까지 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TK의 취향’ 도전과제 점수는 고작 20점입니다. 큰 점수도 아닙니다. 그리고 점점 지겨워졌습니다.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포기를 생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딱 한번만 더 도전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접을 생각을 했습니다. 포기를 눈앞에 둔 순간 정말 신들리듯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단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끝까지 완료를 했습니다. 끝내 ‘MASTER SHAFTER’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기쁘고 흥분되던지 게임을 끝내고 나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가슴도 얼마나 두근거리던지...
작지만 제게는 큰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그깟 도전과제 하나에 웬 난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8일간 노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데드라이징 2>의 화룡점정입니다. 이젠 절대로 TIR을 쳐다보지도 않을 예정입니다. 정말 질렸습니다. 제게는 <콜오브듀티 4> ‘마일하이 클럽’ 이후로 가장 힘들었던 도전과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파악한 'TIR' 진행 패턴입니다. (XBOX360 기준)
RAMSTERBALL
BOUNTY HUNTER
STAND UP ZOMEDY
SLICECYCLES
RAMSTERBALL
BALL BUSTER
HEADACHE
SLICECYCLES
ZOMBIE TANK
BOUNTY HUNTER
STAND UP ZOMEDY
SLICECYCLES
ZOMBIE TANK
POUNDS OF FLESH
MASTER SHAFTER
SLICECYCLES
이 4개가 거의 95% 이상 발생하는 패턴이고 간혹 아래의 패턴으로도 발생합니다.
ZOMBIE TANK
BALL BUSTER
HEADACHE
SLICECYCLES